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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공란에 적히지 않는 능력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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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대 철학과 취업률이 2021년 55.6%에서 77.3%로 올랐다. 같은 기간 컴퓨터 공학부는 86.8%에서 72.6%로 내려왔다. 순서가 뒤집혔다.

바뀐 건 학과가 아니라 뽑는 쪽이다. SK하이닉스는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앴고 자기소개서도 없앴다. 대신 세 가지를 본다고 밝혔다 — 문제의 표면이 아니라 뿌리로 파고드는 힘, 바뀐 환경에서 필요한 것을 새로 익히는 힘, 다른 관점을 받아들여 같이 일하는 힘. 11월부터는 반나절 면접을 한다. 지원자가 몇 시간 동안 AI로 과제를 푼 다음, 그 결과를 놓고 다른 지원자·면접관과 토론한다.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만든 것을 놓고 무슨 말을 하는지를 본다.

효성은 창사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문계 전공자만 받는 공채를 냈다. 은행도 움직였다. 네 곳의 큰 은행이 디지털·AI 쪽 채용 비중을 10% 안팎에서 30~40%대로 올렸다. 창구에서 줄인 자리를 그쪽으로 옮긴 것이다.

반론도 같은 기사에 실렸다. 한 취업준비생은 공학이나 자연계열을 나온 사람이 책을 더 읽고 더 깊이 생각할 수도 있는데 왜 전공으로 가르냐고 물었다. 평가 기준을 밝히지 않으면 역차별만 남는다는 말이다. 사고력을 숫자로 재기 어렵다는 건 뽑는 쪽도 안다. 기사에 실린 한 전문가의 말이 그 어려움을 정확히 짚는다. 기준이 모호한 채로 자동화하면 모호함이 대량으로 복제된다는 것이다.

배경은 더 크다. 스탠퍼드가 급여 자료로 본 결과, AI가 많이 닿는 일자리에서 22~25세 고용은 덜 닿는 쪽보다 19% 아래였다. 경력자는 그 격차가 없다. 자르는 게 아니라 새로 안 뽑는 쪽으로 줄고 있다.

인사이트

문과와 이과를 갈라 놓고 어떤 과정을 몇 학점 들었는지 따지는 잣대만큼 지금과 안 맞는 것도 없다. 학교에서 겪는 사람 관계, 들인 시간, 곱씹어 본 시간이 사람을 키우는 건 맞다. 그건 그대로 남는다. 다만 말이 통하게 하는 힘과 문제를 푸는 힘은 이제 아는 것의 양이나 점수로 길러지지 않는다. 기업이 그 둘을 앞으로 꺼내 든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.

배우는 쪽에 필요한 것도 달라진다.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넘겨받은 자료를 스스로 검증하는 능력이다. 이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확인하고, 무엇을 재고 무엇은 안 쟀는지 보고, 몇 명을 놓고 낸 값인지 따지는 일. 이 기사만 해도 그렇다. 아래 '확인한 것'에 적어 두었다.

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판단이 남는다. 그건 전공란에 적히지 않는다.

확인한 것
  1. 기사인문계를 우대하는 공고가 반년 새 13% 늘었다

    확인늘긴 늘었다. 다만 전체 공고도 7.6% 늘어 몫으로는 6.6%에서 6.9%가 됐다. 열에 아홉은 여전히 인문계 우대가 아니다

    잡코리아 4,450/67,693 → 5,046/72,850 · 직접 계산

  2. 기사철학과가 컴퓨터공학부 취업률을 앞질렀다 (77.3% 대 72.6%)

    확인앞선 건 맞다. 다만 차이가 4.7%포인트이고 취업 대상이 수십 명 단위다. 컴공은 진학률 21.3%를 빼면 쉰 명 남짓 — 한 명이 2%포인트를 움직인다. 철학과는 더 작아 한 명이 4~5%포인트다

    대학알리미 ·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입학정원 64명

  3. 기사이제 문과가 취업에서 앞서기 시작했다

    확인계열 전체로 보면 방향이 반대다. 유지취업률은 공학 85.8%, 인문 79.0%. 인문은 전체 평균 81.8%보다도 낮다

    교육부 2024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

  4. 기사기업의 45%가 가장 어려운 단계로 '적합 인재 탐색'을 꼽았다 — 빨리가 아니라 정확하게 뽑고 싶다는 뜻이다

    확인원자료의 문항이 다르다. '가장 많은 시간과 리소스가 드는 업무'를 물었고 44.5%가 복수응답으로 골랐다. 오래 걸려서 자동화한다는 건 오히려 속도 쪽 이야기다

    잡코리아 설문(2026-04-07 발표) · 채용 담당자 1,286명

  5. 기사컴퓨터공학 취업률이 떨어진 것은 AI 때문이다

    확인그것만은 아니다.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사람을 새로 뽑아 채우겠다는 기업이 2022년 62.6%에서 24.0%로 줄었다. 비대면 거품이 꺼진 것과 경기가 겹쳤고, 비교 기준인 2021년 86.8%는 개발자 채용이 가장 뜨겁던 해의 값이다

    데이터넷 · SW업계 채용 조사

2026.09.09에 확인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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원문 보기 →'문송합니다'는 옛말…철학과>컴공과 취업률 역전, 무슨 일 · 중앙일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