블로그든 영상이든,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매번 같은 자리에서 멈춥니다. 글감을 정해 놓고 커서만 깜빡이는 자리. "이 주제, 지금 써도 될까?"
망설임에는 근거가 있습니다. 경쟁이 센 주제에 뛰어들었다가 묻힌 기억, 뜨는 주제를 한 발 늦게 알아챈 기억. 감으로 정하기엔 글 하나에 드는 시간이 아깝고, 데이터를 직접 보기엔 봐야 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.
스타트업 팀과 실전을 함께하던 시기, 올해 상반기를 통째로 쏟은 프로젝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었습니다. 블로그·영상 창작자를 위한 키워드 분석 도구군입니다.
도구 하나가 아니라, 도구군이었습니다
겉으로 보이는 건 판정 화면 하나지만, 물밑은 다섯 갈래가 한 몸으로 도는 구조였습니다.
바닥에는 수집이 있습니다. 검색어 데이터와 영상 흐름 데이터를 매일 모으는 갈래 둘이 각각 돌아갑니다. 그 위에 키워드 분석이 섭니다. 주제마다 검색량, 경쟁 강도, 난이도, 붙는 연관 키워드까지. 블로그 글쓰기의 성패를 가르는 재료들입니다.
그리고 맨 위, 쓰는 사람이 만나는 자리 셋. 웹에서 시작해 모바일 앱, 브라우저 확장까지 만들었습니다. 글감을 검색하다가도, 이동 중에도 같은 분석이 옆에 있습니다. 다섯 갈래 중 어느 하나가 멈추면 전체가 멈추는, 작지 않은 살림이었습니다.
숫자가 아니라 판정을
이 도구군의 얼굴로 세운 원칙은 하나였습니다. 숫자를 보여 주지 말고, 결정을 내려 준다.
검색량 그래프와 경쟁 지표를 아무리 예쁘게 그려도, 보는 사람은 결국 "그래서 쓰라는 거야?"를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. 그 판단까지가 도구의 일이라고 봤습니다. 주제를 넣으면 쌓아 둔 분석을 모아 가라, 조심하라, 피하라 셋 중 하나로 답합니다.
판정에는 이유를 붙였습니다. "피하라"만 있으면 못 믿고, "경쟁 채널이 이미 몰렸다"가 붙으면 납득합니다. 판정과 근거가 한 몸이어야 도구가 신뢰를 얻습니다. 소재를 고른 다음 글의 뼈대를 잡는 단계로 잇는 흐름도 실험했습니다.
도구가 대신 깨어 있게
"한 발 늦는" 문제는 부지런으로 못 풉니다. 사람은 자야 하고, 뜨는 주제는 새벽에도 뜹니다.
그래서 감지를 자동으로 돌렸습니다. 검색량이 급하게 오르는 주제를 도구가 먼저 찾아내고, 왜 뜨는지 관련 소식까지 붙여서 보여 줍니다. 시즌을 타는 주제는 언제 발행하면 좋은지도 미리 알려 줍니다. 김장 글은 10월에 써야 11월 검색에 잡히니까요.
이 프로젝트가 남긴 것
수집 둘 · 분석 · 앱 · 확장
검색어 · 영상, 매일 수집
같은 판정이 따라다님
가장 큰 수확은 도구 자체보다 검색과 콘텐츠 데이터를 깊게 다뤄 본 경험입니다. 무엇이 검색에 잡히고 무엇이 묻히는지를 반년 내내 데이터로 지켜봤습니다.
그 경험이 지금 만드는 글로온의 뿌리가 됐습니다. 데이터로 창작자의 소재를 판정하던 자리에서, 공개된 기준으로 가게 사장님의 글쓰기를 돕는 자리로. 상반기에 가장 아꼈던 프로젝트로 남았습니다.
만든 재료 — 웹 · 모바일 앱(React Native) · 브라우저 확장 · 검색어·영상 데이터 수집과 분석·판정 서버. 팀·서비스명은 적지 않습니다.